수행 일지

2023-10-18 가족, 그리고 전생 인연

Daisy청량심 2023. 10. 19. 04:32

   어제 자기전에 자비희사 명상을 하였다. 저녁엔 주로 허리가 아프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해서 와선을 주로 하는 편이다.

와선을 하면 희열이 정말 잘, 금방 오른다.

 

그런데 어제는 요상하게 자비희사의 마음보다 엄마와의 전화통화에서 생긴 성냄이 샘솟았다. 그 생각은 다시 가족들에 대한 화로 이어졌고 억울한 마음이 올라와 계속 눈문을 흘렸다.

 

데이지의 엄마는 젊은시절부터 남편이 돈을 잘 안 버신 덕택에 매일 들로 산으로 일하러 돌아다니셨고, 보따리 장사를 하며 집집마다 옷을 방문판매 하셨다. 말이 쉽지, 그 큰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아침에 나가시면 저녁에 컴컴해서야 들어오시는데 웬만한 사람이라면 못할 짓이다. 겨울에도 추운 싸구려 고무 슬리퍼에 구멍난 양말 신으시며 들어오시곤 하셨다. 그 모습을 보며 커서 꼭 효도하리라 마음먹었는데도 변해버린 엄마의 모습을 보며 화가 자꾸 올라온다.

 

아빠가 돌아가신 이후로 엄마는 원래도 잘 안치우시던 집을 정말 들어가기 싫을 정도로 더럽게 하고 사시고, 시골 동네 약장사 행사장에 가셔서 싸구려 물건들을 비싸게 주고 사오셨는데, 얼마나 많이 사셨는지 빚까지 내셨고, 돈을 갚지 않으신 것도 있고, 화투를 얼마나 치시는지 용돈 드린것이 남아날 일이 없다. 

 

덕분에 언니와 나는 엄마에게 돈을 꼬박꼬박 후하게 드려도 매일 뭐사달라 뭐가 없단 소리나 듣고, 빚도 갚아드리기도 하고 아무튼 골치가 아프다. 화투꾼들과 다니신지 오래돼서 그런지 거친 욕도 이제 너무 잘 하시고, (동네 아줌마랑 하는 화투가 아니다. 꾼들하고 한다더라.) 대화때마다 본인 칭찬만 하시고 동네분들을 뒤에서 항상 흉보신다. 난 너무 스트레스 받고 듣기 싫지만 혼자 사시는 엄마가 안스러워 일주일에 한두번은 꼭 매번 한시간 이상씩 통화를 한다. 노인들 특성상 한얘기 또하고 또하고 하시지만 그냥 모른척 하거나 한얘기라고 얘기하며 듣는다.

 

엄마 고생하신거에 비하면 내가 하는 일이 별것 아닌것 같으면서도 화는 끓어오른다. 순일선원에서 참회후, 다시 고마움을 생각하며 좋아졌는데, 매주 통화를 해서 그런가 화가 다시 올라온다.

 

또한 난 말그대로 손안가는 자식이다. 알아서 공부 잘하고 알아서 직장 잡고 알아서 유학가고 일하고 결혼하고... 그런데 우리 형제 자매들은 안그렇다. 매일 이놈이 사고치고 저놈이 사고치고. 어려서는 가난하고 불행한 부모밑에 같이 자라서 그런지 형제애가 깊었었는데, 온갖 사고와 세월을 보내고 나니 억울하단 생각이 든다. 그들을 위해서 서포트 해주고 도와주고 했지만 이젠 지긋지긋하단 생각이 들었었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연민의 정이 없거나 담을 쌓고 지내진 않지만 제발 좀 조용했으면 하는 바램이 항상 있었다.

 

다행이 불교공부, 수행을 하고 난 뒤 점점 좋아지고는 있지만 어제 저녁 모든것들이 다시 올라와 북받혀 눈물을 쏟았다.

 

그런데 부처님께서 항상 내게 답을 주신다. 전생에 무슨 악연이 있어서 온 가족이 이렇게 날 힘들게 하나 싶어 인터넷을 뒤적거렸다. 이 말이 내게 꽂히면서 원망하던 마음이 다시 나를 돌아보게 했다.

 

나를 힘들게 하는 그 사람, 전생의 내 모습이다.

나를 힘들게 하는 그 사람의 역할을 전생에서 자신이 했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과거의 내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관계는 생각보다 빠르게 좋아집니다. 머리로만 생각하는게 아니라 진심으로 이해하려고 하다 보면 상대가 변해요.

 

생각해보면 그들은 그저 그들의 인생을 살고 있는데 내가 고치려 하고 싫어하고 있을 뿐이다.

그들은 그들이 나를 힘들게 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을지 모를일이다. 본인스스로들 더 힘들테니까.

모든 존재들을 자애와 연민으로 대하고자 하는 내가 가족조차 이해하지 못하면 누굴 이해할 것인가.

우리 모두 다 부족하고 괴로움으로 허덕이는 중생들일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