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후기
내가 미얀마에 온지도 1년이 다 되간다. 이곳저곳 명상센터를 전전해 봤다. 대부분의 명상센터는 수도 양곤에 있거나 그 근방이어서 도시 특유의 번잡스러움과 시끄러움이 있다. 하기야 시골이라 해도 이곳저곳에서 틀어 대는 확성기 소리에 시끄럽기는 마찬가지다.
여기는 양곤에서 저녁 7시에 버스를 타면, 그 뒷날 아침에 떨어지는 먼 바닷가 쪽 몰라민이라는 곳이다. 미얀마에는 산도 흔하지 않지만 여기 이 명상센터는 산 속에 위치하고 있다. 절이 그런대로 풍수지리에 따라서 좌청룡 우백호의 중앙에 명상홀이 들어서 있고, 거기서 100개의 계단 아래로부터 수행자의 거주처인 꾸띠(오두막집)가 늘어서 있다. 이곳이 사마타 수행을 하기에 가장 중요한 요건인 고요함이 유지되는 곳이다.
이곳 생활은 아침 3시 30분 기상 목탁이 울리면서 하루가 시작된다. 하루에 5번 1시간 30분 또는 2시간씩 명상홀에 올라가 명상을 한다. 그 외에는 혼자 명상을 하든지 휴식을 취하든지 마음대로이다. 아침과 점심 공양은 탁발 복장으로 15분 거리의 공양간에 가서 음식을 받는다. 음식은 자기 꾸띠로 돌아가서 먹든지 아니면 공양간에서 먹든지 자유다. 식사는 채식이며 일체 고기는 먹지 않는다.
이곳은 다른 명상센터와 달리 인터뷰도 그렇게 강제적이거나 규칙적이지만은 않다. 자기가 의심이 나거나 경계가 일어나면 언제든지 가서 물을 수 있다. 초기에는 별로 물을 일이 안 생기겠지만, 수행이 진보되어 니밋따가 뜨기 시작하면 자주 찾아가서 점검을 받아야 한다.
이곳 사야도의 수행이론은 빈틈이 없고 치밀하다. 온갖 경전이나 청정도론 등에서 그 근거를 제시한다. 그 때문에 여기에 의심이 전혀 없으며, 오히려 이 공부방법이 진정한 붓다의 정통 수행법이라는 느낌이 팍 온다.
한국에는 이 명상센터의 수행법이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대부분 마하시 계열의 수행법이 알려져 있고, 거기서 대체로 수행체험을 하고 간다. 그래서 미얀마에는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는 이 새로운 수행법을 접하고서 이것이야 말로 모든 사람이 밟아야 할 정통 풀코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쉬는 시간에 망상 떨지 말고, 이 책을 번역하여 한국에 소개하고픈 강한 욕구가 일어났다. 혹시 화두 수행으로 성취가 별로 없는 수행자가 이 수행법과 과거의 인연이 있었다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화두나 염불이나 주력 등 여러 가지 수행을 하던 중에 니밋따나 광명이 일어나는 현상이 일어나면, 우리나라에서는 그것을 무시해 버려서 아까운 기회를 놓쳐 버리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 니밋따를 이용해서 사선정을 성취한다면, 그 다음 단계는 아주 쉬워질 것이고, 세세생생 수행의 기초가 될 것이다.
번역을 시작할 때는 의도도 좋고 의욕도 있었지만, 수행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 번역을 했기에 기간이 오래 걸리고 점점 의욕은 사그라들고 지루해져 갔다. 하지만 성취욕과 진정한 부처님의 가르침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한국에 알려야 한다는 투철한 사명감으로 이 책을 마무리 짓는다.
내가 남방불교를 접한 기간도 짧고 아는 것도 별로 없어서 혹시 번역이 잘못될 가능성이 많다. 책에 인용한 경전 문구는 일체 다른 번역책을 참고하지 않고 그냥 영어 원문을 그대로 번역했기 때문에 단어는 틀릴 수도 있을 것이다. 독자 여러분은 이 점을 이해하시고, 나는 미리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린다.
이 책이 너무 어려우시면 2~3번 읽어 주시기 바라고 아비담마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다른 책을 참고 하시기 바란다.
이 책은 판매용이 아닌 법보시용으로 사야도의 허락을 받았기 때문에 서점에서는 구할 수 없을 것이다.
누구든지 이 책을 법보시 용으로 출판하실 분은 역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출판해서 공덕을 쌓기 바란다. 다만 내용은 변경해서는 안 된다.
이 책을 번역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신 지산 스님과 교정을 보아 주신 김지영보살님 그리고 출판을 맡으신 지운스님 그 외에 같이 정진하시는 여러 스님께 감사드린다.
불기 2547년 11월
미얀마 파아욱에서
무념 합장
파아욱 명상 센터에 관한 정보
주소
Pa-Auk Forst Monastery
c/o Major Kan Saing (Rtd.)
653 Lower Main Road
Malamyine Myanmar
찾아가는 길
양곤에서 고속버스 정류장에서 몰라민으로 가는 에어컨 버스가 매일 저녁 7시에 출발해서 그 뒷날 아침 7시 30분에 도착한다. 버스는 여러 가지 회사가 있는데 아웅 익스프레스가 우등고속이어서 편하다. 거리는 양곤에서 187마일이지만 미얀마의 도로 사정이 별로 좋지 않아서 한나절이 걸린다. 비행기는 일주일에 한번 뜬다. 파아욱 명상센터는 몰라민에서 택시를 타면 기본요금으로 갈 수 있다.
준비물
비상약 : 감기약(특히 목감기에 잘 걸린다), 지사제, 이질약, 밴드, 기타.
사진 : 비자연장을 위한 여권용 사진 12매 이상, 오래 살 사람은 여유있게 준비하자.
큰 우산 : 우기에는 비가 양곤의 2배 이상 내린다. 비가 오지 않은 날이 거의 없다.
전기담요, 밍크담요, 배게 : 우기(6~9월)나 겨울(12~2월)은 춥다. 그리고 절에서 주는 침구는 깔끔한 한국인들은 사용하기가 힘들다.
휴대용 정수기 : 브리타 정수기가 가장 좋다고 한다. 필터도 오래 살고자 하는 사람은 그 기간만큼 준비하자. 미얀마 등 열대 지방은 물에 석회수가 섞여 있고, 불순물이 많아서 그냥 먹으면 배탈 설사를 피할 수 없다.
전기 포트 : 안전을 위해 물은 반드시 끊여 먹도록 하자.
기타 : 손전등, 수건, 슬리퍼 등
미얀마 다른 지역에 비해 전기 사정은 좋아서 24시간 전기가 공급된다. 전원은 220볼트이다.
브리타 정수기, 전기담요, 약은 한국에서 구입해야 하며, 나머지는 미얀마에서 구입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다.
명상
공식적인 좌선 시간은 다음과 같다. 정해진 시간 이외에도 계속 정진할 수 있다.
오전 : 4:00~5:30, 7:00~9:00
오후 : 12:30~2:00, 3:00~4:30, 6:00~7:30
인터뷰는 비구와 남자요기는 파아욱 사야도께서 직접 지도해 주시고. 비구니와 여자요기는 젊은 사야도께서 지도해 주신다. 처음에는 이틀에 한 번 나중에는 일주일에 두 번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언어는 영어와 미얀마를 사용한다. 통역이 없기 때문에 언어가 통하지 않는 사람은 아예 가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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