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일스님 법문/금강경

금강경 1 - 2 (2011-11-03 (목)) - 순일스님

Daisy청량심 2024. 8. 13. 06:42

“한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서 큰 비구 천이백오십인과 함께 계셨다.”

비구(남자 스님)의 직역은 걸식자이다. 큰 걸식자는 아라한(해탈하신 분)이시다. 그러므로 1250인의 큰 걸식자(해탈하신 분)가 된다. 쉽게 이야기 해보자면 스님은 ‘거지’이고 아라한은 ‘왕 거지’이다. 제자 집단(승가)에게 주는 명칭은 참으로 중요한 것이다. 그 중요한 명칭으로 ‘거지’를 주셨다. 이미 명칭부터가 탐욕을 없애라는 뜻이 강하다. 탐진치의 소멸이 바로 해탈이다. 이것을 10가지 족쇄를 통해 살펴보자.

“비구들이여, 열 가지 족쇄가 있다. 무엇이 열인가?
다섯 가지 낮은 단계의 족쇄와 다섯 가지 높은 단계의 족쇄이다.
 
무엇이 낮은 단계의 족쇄인가?
유신견, 의심, 계율과 의례 의식에 대한 집착, 감각적 욕망, 악의이다.
이것이 다섯 가지 낮은 단계의 족쇄이다.

무엇이 높은 단계의 족쇄인가?
색계에 대한 집착, 비색계에 대한 집착, 자만, 들뜸, 무명이다.
이것이 다섯 가지 높은 단계의 족쇄이다.
비구들이여, 이러한 열 가지 족쇄가 있다.”
(앙굿따라니까야, 족쇄 경)

위의 열 가지 족쇄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오취온(五取蘊)이 실체(實體)라는 견해
2. 불법에 대한 의심
3. 계율과 의례 의식에 대한 집착
4. 감각적 욕망에 대한 집착
5. 악의
6. 색계(色界)에 대한 집착
7. 비색계(非色界)에 대한 집착
8. 자만(自慢)
9. 들뜸(과 후회)
10. 무명(無明)

1. 오취온(五取蘊)이 실체라는 견해
한자로는 보통 유신견(有身見)이라고 한다. 그런데 팔리 경전에는 ‘싸까야 디티(견해)’라고 되어 있다. 여기서 ‘싸까야’는 ‘오취온’을 뜻한다. 오온은 색수상행식(色受相行識, 몸 느낌 인식 의도들 아뢰야식)의 무더기들이다. 그리고 ‘오취온’은 그 오온으로 취착(집착)하는 무더기이다. 그러나 한자의 유신견은 단지 ‘몸’만을 의미하고 이것은 오취온의 다섯 가지 무더기 중에서 하나에 불과하다. 다음은 ‘싸까야 디티(견해)’에 관한 원음경전의 말씀이다.

“비구들이여, 그대들에게 ‘싸까야’와 싸까야의 일어남과 싸까야의 소멸과 싸까야의 소멸로 인도하는 ‘도 닦음’을 설하리니 그것을 들어라.

비구들이여, 그러면 어떤 것이 싸까야인가?
취착(집착)의 다섯 가지 무더기라는 것이 그에 대한 대답이다. 어떤 것이 다섯인가? 취착의 물질의 무더기, 취착의 느낌의 무더기, 추착의 인식의 무더기, 취착의 의도들의 무더기, 취착의 아뢰야식의 무더기이다.
비구들이여, 이를 일러 싸까야라 한다.

비구들이여, 그러면 어떤 것이 싸까야의 일어남인가?
그것은 갈애이니, 다시 태어남을 가져오고 즐김과 탐욕이 함께하여 여기저기서 즐기는 것이다. 즉 감각적 욕망에 대한 갈애, 존재에 대한 갈애, 존재하지 않음에 대한 갈애가 그것이다.
비구들이여, 이를 일러 싸까야의 일어남이라 한다.

비구들이여, 그러면 어떤 것이 싸까야의 소멸인가?
이러한 갈애가 남김없이 빛바래어 소멸함, 버림, 놓아버림, 벗어남, 집착 없음이다.
비구들이여, 이를 일러 싸까야의 소멸이라 한다.

비구들이여, 그러면 어떤 것이 싸까야의 소멸로 인도하는 도 닦음인가?
여덟 가지 구성요소를 가진 성스러운 도(팔정도)이니 그것은 바른 견해, 바른 사유, 바른 말, 바른 행위, 바른 생활, 바른 정진, 바른 사티, 바른 삼매이다.
비구들이여, 이를 일러 싸까야의 소멸로 인도하는 도 닦음이라 한다.”
(쌍윳따니까야, S22:105, 싸까야 경)

‘나’라고 하는 것은 이 오취온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여기서 ‘몸’은 물질의 무더기이고, 나머지는 정신의 무더기에 속한다. 이들 무더기들을 ‘나’라고 하며 이것을 실체로 여기고 이것으로 영생하려고 한다. 그러나 ‘나라고 하는 싸까야’는 일어남이 있고, 소멸함이 있고, 소멸함에 이르는 도 닦음이 있다. ‘싸까야의 소멸-갈애의 소멸’이 바로 해탈이다.
어떠한 형태의 오온이건-거칠건 미세하건-마음으로 이루어진 오온이건, 빛의 오온이건, 형체가 아닌 순수의식의 오온이건, 저열하건 수승하건- 이러한 오온으로 이루어진 존재는 실체가 아니어서 모두 변하고 괴로움이고 죽기 마련이다. 다음의 부처님 말씀을 살펴보면 이것은 명백해진다.

“비구들이여, 태어나지 않고 생겨나지 않고 만들어지지 않고 형성되지 않는 것이 있다. 비구들이여, 태어나지 않고 생겨나지 않고 만들어지지 않고 형성되지 않는 것이 없다면, 세상에서 태어나고 생겨나고 만들어지고 형성되는 것으로부터의 여읨이 알려질 수 없다. 그러나 비구들이여, 태어나지 않고 생겨나지 않고 만들어지지 않고 형성되지 않는 것이 있으므로 세상에서 태어나고 생겨나고 만들어지고 형성되는 것으로부터의 여읨이 알려진다.”
(우다나, 열반의 경)

이와 같이 태어나고(난생, 태생, 습생) 생겨나고(화생) 만들어지고 형성된 것은 모두 실체가 아니다. 그런데 오온이 바로 태어나고 생겨나고 만들어지고 형성 되어진 무더기들이므로 이것들은 모두 멸(滅)하는 것으로서 실체가 아니다. 그러면 실체란 무엇인가? 태어나지 않고 생겨나지 않고 만들어지지 않고 형성되지 않는 것으로서 태어나고 생겨나고 만들어지고 형성되어진 것을 모두 여의어서 둘 다를 초월하게 되었을 때 이것이 실체이며 바로 ‘금강반야’이다.

몸은 항상 한가? 무상(無常, 변한다)한가? 몸은 생노병사(生老病死)하는 것으로서 무상하다.
즉 몸은 ‘태어나고 생겨나고 만들어지고 형성되는 것’으로서 실체가 아니다.

생노병사하는(무상, 변하는 것) 것들은 즐거움인가 괴로움인가?
괴로움이다.

무상하고 괴로움이고 변하기 마련인 것들은 실체인가 아닌가?
실체가 아니다.

이와 같아서 색수상행식(오온)은 모두 무상하고 괴로움이고 변하기 마련인 것들로서 결코 실체가 아니다. 그러므로 오온은 나의 것이 아니고, 나가 아니며, 결코 실체가 아니다.

존재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① 거친 물질로 이루어진 존재(욕계)
② 빛으로 이루어진 존재(색계)
③ 형체가 아닌(非형체) 순수의식의 동료들로 이루어진 존재(비색계) 

①번은 사람 등이다. ①번에서 여섯 천상세계의 신들은 마음으로 이루어진 몸이다.
②번은 빛의 몸이다.
③번은 빛도 없고 형체도 아니지만(非형체) 순수의식의 동료들이 있는 세계이다. 아직 ‘동료들(복수)’이 있다는 것은 스스로 온전한 전체가 아닌 부분이다. 모든 부분(部分)들은 태어나고 생겨나고 만들어지고 형성되어진 것으로서 실체가 아니다. 이 모든 오온이 소멸되었을 때 그것이 불생불멸(不生不滅)이고 괴로움이 소멸한 청정지복(淸淨至福)의 금강반야이다.

초기경전에 근거한 천상세계의 신들의 수명은 다음과 같다.
초선천(初禪天) : 1겁
2선천(二禪天)  : 2겁
3선천(三禪天)  : 4겁
4선천(四禪天)  : 500겁
(앙굿따라니까야, 다른 점 경)
공무변처천(空無邊處天) : 2만겁
식무변처천(識無邊處天) : 4만겁
무소유처천(無所有處天) : 6만겁
(앙굿따라니까야, 무변처 경)

여기서 1겁은 하나의 우주가 생기고 멸할 때까지의 시간이다. 제일 낮은 초선천에 사는 존재의 수명이 무려 한 우주의 생멸과 같다. 그 위의 천상세계의 신들의 수명은 더욱더 길다. 그러므로 높은 천상세계의 신들의 수명이 참으로 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높은 신들도 또한 그 수명이 다하면 결국은 죽으며 그리고 다시 윤회를 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존재들도 궁극의 실체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