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 일지/수행 일지

2023-09-16 무의식의 발현, 개살생업

Daisy청량심 2023. 9. 17. 04:21

아침 호흡관찰 좌선 3시간.

순일스님, 무여법사님의 말씀에 따라 초선에 오래도록 머무르려고 노력했다. 어젯밤 (사)한국테라와다불교의 사마타와 위빠사나에 관한 글을 읽은 터라 호흡관찰을 할때 사띠를 여기저기 옮겨가지 않으려고 노력하니 초선이 활발발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이는 순일선원에서 배운것과도 일치하나, 자꾸 사띠가 숨을 쫓아 옮겨간다. 그러면 안된단다. 

 

중간중간 자비희사나 법, 부처님, 순일스님의 생각이 올라오면 희열이 훨씬 잘 오고 연료의 역할을 하는 것이 느껴지는데 이 또한 하면 안될 것 같다. 오직 호흡에 집중해야 하는데 자꾸 부처님 명상, 승가 명상, 자비희사 명상으로 바뀌어가기 때문이다. 

 

어쨌든 희열을 지속하기 위해 자비희사의 마음을 내니, 호흡이 다시 활발발해졌다. 그런데 문득 어렸을 적 기억이 갑자기 올라오며, 눈물을 펑펑 흘렸다. 순일선원의 엘리님처럼 소리내어 목놓아 울뻔했다.

 

어렸을적 우리집에는 항상 발발이 개가 한마리씩은 꼭 있었다. 그러다가 어떤날 안보이고 안보이고 했는데, 어려서 그랬는지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던것 같다. 그러다 초등학생때 집에 왔는데 그 하얀, 다정한 발발이 개를 찾을 수 없었다. 웬 마을 아저씨 두명과 아빠가 집 뜰안에서 무엇인가 화덕에 불을 지피고 있었고 그 옆에 빨간 큰 그릇이 있었는데, 어린 마음에 '뭐지' 하고 다가갔다가 생고기 같은 것들이 그 안에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그 안에 그 발발이 개의 머리가 있었고 나는 방안으로 뛰어가 울기 시작했다. 아빠나 언니는 나를 놀려댔다. 그런것 가지고 운다고. 내겐 너무 충격이었고,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너무 아프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한 마을 아저씨가 그 개를 죽였고 아빠를 포함한 마을아저씨들을 그들을 자기들 배안으로 넣었다. 이 일은 우리 개들이 없어질때마다 일어났던 것 같다. 아빠가 너무 잔인하고 역겨웠다.

후에 일어난 일인데 그 개를 죽인 아저씨는 나중에 자살을 해서 돌아가셨고 그 이유는 와이프가 바람이 나서라고 들었다. 인과응보라고 생각했다. 아직도 그 눈이 기억난다. 한마리 날짐승 같은 역겨운 눈매. '미안하다. 똘똘아. 너를 보호해 주지 못해서. 그렇게 가게 해서. 

 

자애와 연민의 마음을 냈더니 무의식에 저장되었던 식이 나온것 같다. 한참을 흐느낀후 다시 정신을 차리고 초선을 지속했다. 전구에 불이 켜지듯 밝은 빛이 이마 언저리에서 생긴다. 백회와 척추, 단전을 잇는 띠가 있는 듯이 느껴진다.  초선을 할 수 있는 만큼 하다가 이내 희열이 사라질 쯤이면 머리부분이 마비되어가는 듯한 느낌이 난다. 이내 다리쪽부터 초선보다 약한 희열들이 활발발한 호흡과 함께 올라오곤 한다. 2선인가? 아니겠지? 아직 눈알이 굴러가는거 보면, 생각들이 왔다갔다 하는거 보면.. 근접삼맨가? 생각들이 올라오기 시작할때쯤 명상을 멈추었다. 3시간이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