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073. 왓차곳따 긴 경(Mahāvacchasuttaṃ)
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세존께서는 라자가하의 대나무 숲에 있는 다람쥐 보호구역에 머무셨다.
2. 그때 왓차곳따 유행승이 세존을 뵈러 갔다. 세존을 뵙고 세 존과 함께 환담을 나누었다. 유쾌하고 기억할만한 이야기로 서로 담소를 하고서 한 곁에 앉았다.
한 곁에 앉아서 왓차곳따 유행승은 세 존께 이렇게 여쭈었다.
3. “저는 여러 번 고따마 존자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35)
고따마 존자께서 제게 유익함[善]과 해로움[不善]에 대해서 간략하게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36)
35) 그와 관계된 경들은 앞의 두 경과, 『상윳따 니까야』제3권 「왓차곳따 상윳따」(S33)의 55개 경들과, 제5권 「설명하지 않음[無記] 상윳따」(S44)의 「목갈라나 경」(S44:7)부터 「사비야 깟짜나 경」(S44:11)까지의 다섯 개의 경들과, 『앙굿따라 니까야』제1권 「왓차곳따 경」 (A3:57)이 있다.
36) 유익한 법[善法]과 해로운 법[不善法]의 판단은 바른 정진[正精進, sammā-vāyāma]의 내용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본서 제4권 「진리의 분석 경」 (M141) §29를 참조할 것. 왓차곳따 유행승은 정진의 토대가 되는 이러한 선과 불선에 대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아래 §15에서 부처님의 제자로 출가하고 §26에서 아라한이 된다.
“왓차여 나는 그대에게 유익함과 해로움에 대하여 간략하게 설할 수도 있고
나는 그대에게 유익함과 해로움에 대하여 자세하게 설할 수도 있다.
왓차여, 그렇지만 나는 간락하게 유익함과 해로움에 대하여 설하겠다.
그것을 듣고 잘 마음에 잡도리하라. 나는 설하겠다.”
“그러겠습니다, 존자시여.”라고 왓차곳따 유행승은 세존께 대답했다.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4. “왓차여, 탐욕은 해로움이고 탐욕 없음은 유익함이다.
왓차여, 성냄은 해로움이고 성냄 없음은 유익함이다.
왓차여, 어리석음은 해로움이고 어리석음 없음은 유익함이다.
왓차여, 이처럼 세 가지는 해로운 법들이고 세 가지는 유익한 법들이다.”
5. “왓차여, 생명을 죽이는 것은 해로움이고 생명을 죽이는 것을 금함은 유익함이다.
왓차여, 주지 않은 것을 가지는 것은 해로움이고 주지 않은 것을 가지는 것을 금함은 유익함이다.
왓차여, 삿된 음행은 해로움이고 삿된 음행을 금함은 유익함이다.
왓차여, 거짓말 을 하는 것은 해로움이고 거짓말을 금함은 유익함이다.
왓차여, 중상모략을 하는 것은 해로움이고 중상모략을 금함은 유익함이다.
완차여, 욕설을 하는 것은 해로움이고 욕설을 금함은 유익함이다.
왓차여, 잡담을 하는 것은 해로움이고 잡담을 금함은 유익함이다.
왓차여, 욕심을 부리는 것은 해로움이고 욕심 없음은 유익함이다.
왓차여, 악의는 해로움이고 악의 없음은 유익함이다.
왓차여, 그릇된 견해는 해로움이고 바른 견해는 유익함이다.
왓차여, 이처럼 이 열 가지는 해로운 법들[不善法]이고 열 가지는 유익한 법들[善法]이다. 37)
37) 이처럼 세존께서는 탐 · 진 · 치와 열 가지 해로움[十不善]을 해로운 법들[不善法, akusala-dhammā]로, 불탐 · 부진 · 불치와 열 가지 유익함[十善]을 유익한 법들[善法, kusala-dhammā]로 정의하고 계신다. 선법과 불선법에 대해서는 『초기불교 이해』 제20장 네 가지 바른 노력[四正勤]과 선법 · 불선법(299쪽 이하)을 참조할 것.
6. “왓차여, 비구가 갈애를 제거하고 그 뿌리를 자르고, 윗부분이 잘린 야자수처럼 만들고, 멸절시켜, 미래에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끔 할 때,38)
그 비구는 번뇌가 다했고 삶을 완성했으며 할 바를 다 했고 짐을 내려놓았으며
참된 이상을 실현했고 삶의 족쇄를 부수었으며 바른 구경의 지혜로 해탈한 아라한이다.”39)
38) 이 아라한에 대한 비유는 『상윳따 니까야』제2권 「큰 나무 경」 1(S12:55) §4에서 어떤 사람이 나무를 잘라서 완전히 없애버리는 비유로 자세히 나타난다. 이 비유에 대한 주석서의 설명은 본서 제4권 「요소의 분석 경 (M140) §28의 주해를 참조할 것.
39) 이 아라한의 정형구에 대해서는 본서 제1권 「뿌리에 대한 법문 경」 (M1) §51의 주해를 참조할 것.
7. “그런데 고따마 존자 이외에 고따마 존자의 제자인 비구가 단 한 명이라도
모든 번뇌가 다하여 아무 번뇌가 없는 마음의 해탈[心解脫]과 통찰지를 통한 해탈[慧解脫]을 바로 지금 · 여기에서 스스로 최상의 지혜로 알고 실현하고 구족하여 머무는 자가 있습니까?”
“왓차여, 나의 제자로서 모든 번뇌가 다하여 아무 번뇌가 없는 마음의 해탈과 통찰지를 통한 해탈을 바로 지금 · 여기에서 스스로 최 상의 지혜로 알고 실현하고 구족하여 머무는 비구들은 백 명뿐만이 아니라, 이백 명, 삼백 명, 사백 명, 아니 오백 명뿐만이 아니라 그보다도 훨씬 더 많다.”
8. “그런데 고따마 존자와 비구들 이외에 고따마 존자의 제자인 비구니가
단 한 명이라도 모든 번뇌가 다하여 아무 번뇌가 없는 마음의 해탈과 통찰지를 통한 해탈을 바로 지금 · 여기에서 스스로 최상의 지혜로 알고 실현하고 구족하여 머무는 자가 있습니까?”
“왓차여, 나의 제자로서 모든 번뇌가 다하여 아무 번뇌가 없는 마음의 해탈과 통찰지를 통한 해탈을 바로 지금 · 여기에서 스스로 최 상의 지혜로 알고 실현하고 구족하여 머무는 비구니들은 백 명뿐만 이 아니라, 이백 명, 삼백 명, 사백 명, 아니 오백 명뿐만이 아니라 그 보다도 훨씬 더 많다.”
9. “그런데 고따마 존자와 비구들과 비구니들 이외에 고따마 존자의 제자인 청신사가
단 한 명이라도 흰옷을 입고 청정범행을 닦으면서 다섯 가지 낮은 단계의 족쇄를 완전히 없애고 [정거천에] 화생하여 그곳에서 완전히 열반에 들어 그 세계에서 다시 돌아오지 않는 법을 얻은 자가 있습니까?”
“왓차여, 나의 제자로서 흰옷을 입고 청정범행을 닦으면서
다섯 가지 낮은 단계의 족쇄를 완전히 없애고 [정거천에] 화생하여
그곳에서 완전히 열반에 들어 그 세계에서 다시 돌아오지 않는 법을 얻은 청신사들은
백 명뿐만이 아니라, 이백 명, 삼백 명, 사백 명, 아 니 오백 명뿐만이 아니라
그보다도 훨씬 더 많다.”
10. “그런데 고따마 존자와 비구들과 비구니들과 흰옷을 입고 청정범행을 닦는 재가자인 청신사 이외에 고따마 존자의 제자인 청신사가 단 한 명이라도 흰옷을 입고
감각적 욕망을 즐기면서 가르침을 실천하고 훈계를 받들어 행하며 의심을 건너고 회의를 극복하여, 무외를 얻고 다른 사람을 의지하지 않고 스승의 가르침에 머무는 자40)가 있습니까?”
40) '가르침을 실천하고 … 스승의 가르침에 머문다.'는 이 정형구는 본서 제2권「삿짜까 짧은 경」 (M35) §24와 「우빨리 경」(M56) §18과 본서 「디가나카 경」 (M74) §15 등에도 나타난다. 주석서의 설명처럼 이 정형구는 예류, 일래, 불환의 유학(有學)의 경지(sekkha-bhūmi)를 설명하는 정형구로 알려져 있다.(sekkhabhūmi dassitā — MA.ii.281)
“왓차여, 나의 제자로서 흰옷을 입고 감각적 욕망을 즐기면서 가르침을 실천하고
훈계를 받들어 행하며 의심을 건너고 회의를 극복하여 무외를 얻고
다른 사람을 의지하지 않고 스승의 가르침에 머무는 청신사들은
백 명뿐만이 아니라, 이백 명, 삼백 명, 사백 명, 아니 오백 명뿐만이 아니라 그보다도 훨씬 더 많다.
11. “그런데 고따마 존자와 비구들과 비구니들과 흰옷을 입고 청정범행을 닦는 재가자인 청신사와 흰옷을 입고 감각적 욕망을 즐기는 재가자인 청신사 이외에 고따마 존자의 제자인 청신녀가 단 한 명이라도 흰옷을 입고 청정범행을 닦으면서
다섯 가지 낮은 단계의 족쇄를 완전히 없애고 [정거천에] 화생하여 그곳에서 완전히 열반에 들어 그 세계에서 다시 돌아오지 않는 법을 얻은 자가 있습니까?”
“왓차여, 나의 제자로서 흰옷을 입고 청정범행을 닦으면서
다섯 가지 낮은 단계의 족쇄를 완전히 없애고 [정거천에] 화생하여
그곳에서 완전히 열반에 들어 그 세계에서 다시 돌아오지 않는 법을 얻은 청신녀들은
백 명뿐만이 아니라, 이백 명, 삼백 명, 사백 명, 아니 오 백 명뿐만이 아니라
그보다도 훨씬 더 많다.”
12. “그런데 고따마 존자와 비구들과 비구니들과 흰옷을 입고 청정범행을 닦는 재가자인 청신사와 흰옷을 입고 감각적 욕망을 즐기는 재가자인 청신사와 흰옷을 입고 청정범행을 닦는 재가자인 청신녀 이외에 고따마 존자의 제자인 청신녀가 단 한 명이라도 흰옷을 입고 감각적 욕망을 즐기면서 가르침을 실천하고 훈계를 받들어 행하며 의심을 건너고 회의를 극복하여 무외를 얻고 다른 사람을 의지 하지 않고 스승의 가르침에 머무는 자가 있습니까?”
“왓차여, 나의 제자로서 흰옷을 입고 감각적 욕망을 즐기면서 가르침을 실천하고
훈계를 받들어 행하며 의심을 건너고 회의를 극복 하여 무외를 얻고 다른 사람을 의지하지 않고 스승의 가르침에 머무는 청신녀들은 백 명뿐만이 아니라,
이백 명, 삼백 명, 사백 명, 아니 오백 명뿐만이 아니라 그보다도 훨씬 더 많다.”
13. “고따마 존자시여, 만일 오직 고따마 존자만이 이 법을 성취했고 비구들은 성취하지 못했다면, 이것에 관한 한 청정범행은 완성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고따마 존자시여, 그러나 고따마 존자도 이 법을 성취했고 비구들도 성취했기 때문에
이것에 관한 한 이 청정 범행은 완성되었습니다.
고따마 존자시여, 만일 오직 고따마 존자와 비구들만이 이 법을 성취했고
비구니들은 성취하지 못했다면, 이것에 관한 한 청정범행은 완성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고따마 존자시여, 그러나 고따마 존자도 이 법을 성취했고 비구들도 성취했고
비구니들도 성취했기 때문에 이것에 관한 한 이 청정범행은 완성되었습니다.
고따마 존자시여, 만일 오직 고따마 존자와 비구들과 비구니들만이 이 법을 성취했고
흰옷을 입고 청정범행을 닦는 재가자인 청신사 들은 성취하지 못했다면,
이것에 관한 한 청정범행은 완성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고따마 존자시여, 그러나 고따마 존자도 이 법을 성취했고 비구들도 성취했고
비구니들도 성취했고 흰옷을 입고 청정범행을 닦는 재가자인 청신사들도 성취했기 때문에 이것에 관한 한 이 청정범행은 완성되었습니다.
고따마 존자시여, 만일 오직 고따마 존자와 비구들과 비구니들과
흰옷을 입고 청정범행을 닦는 재가자인 청신사들만이 이 법을 성취 했고
흰옷을 입고 감각적 욕망을 즐기는 재가자인 청신사들은 성취하지 못했다면,
이것에 관한 한 청정범행은 완성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고따마 존자시여, 그러나 고따마 존자도 이 법을 성취했고 비구들도 성취했고 비구니들도 성취했고 흰옷을 입고 청정범행을 닦는 재가자인 청신사들도 성취했고
흰옷을 입고 감각적 욕망을 즐기는 재가자인 청신사들도 성취했기 때문에
이것에 관한 한 이 청정범행은 완성되었습니다.
고따마 존자시여, 만일 오직 고따마 존자와 비구들과 비구니들과
흰옷을 입고 청정범행을 닦는 재가자인 청신사들과
흰옷을 입고 감각적 욕망을 즐기는 재가자인 청신사들만이 이 법을 성취했고
흰옷을 입고 청정범행을 닦는 재가자인 청신녀들은 성취하지 못했다면,
이것에 관한 한 청정범행은 완성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고따마 존자시여, 그러나 고따마 존자도 이 법을 성취했고 비구들도 성취했고 비구니들도 성취했고 흰옷을 입고 청정범행을 닦는 재가자인 청신사들도 성취했고
흰옷을 입고 감각적 욕망을 즐기는 재가자인 청신사들도 성취했고
흰옷을 입고 청정범행을 닦는 재가자인 청신녀들도 성취했기 때문에
이것에 관한 한 이 청정범행은 완성되었습니다.
고따마 존자시여, 만일 오직 고따마 존자와 비구들과 비구니들과
흰옷을 입고 청정범행을 닦는 재가자인 청신사들과
흰옷을 입고 감각적 욕망을 즐기는 재가자인 청신사들과
흰옷을 입고 청정범행을 닦는 재가자인 청신녀들만이 이 법을 성취했고
흰옷을 입고 감각적 욕망을 즐기는 재가자인 청신녀들은 성취하지 못했다면,
이것에 관 한 한 청정범행은 완성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고따마 존자시여, 그러나 고따마 존자도 이 법을 성취했고 비구들도 성취했고 비구니들도 성취했고 흰 옷을 입고 청정범행을 닦는 재가자인 청신사들도 성취했고
흰옷을 입고 감각적 욕망을 즐기는 재가자인 청신사들도 성취했고
흰옷을 입고 청정범행을 닦는 재가자인 청신녀들도 성취했고
흰옷을 입고 감각적 욕망을 즐기는 재가자인 청신녀들도 성취했기 때문에
이것에 관한 한 이 청정범행은 완성되었습니다.”
14. “고따마 존자시여, 마치 강가 강이 바다를 향하고 바다로 기울고 바다를 기대고
바다에 도달하여 머물 듯이, 이 고따마 존자의 회중들도 재가 · 출가를 다 포함하여
열반을 향하고 열반으로 기울고 열반을 기대고 열반에 도달하여 머뭅니다.”
15. “경이롭습니다, 세존이시여, 경이롭습니다, 세존이시여.
마치 넘어진 자를 일으켜 세우시듯, 덮여있는 것을 걷어내 보이시듯,
[방향을] 잃어버린 자에게 길을 가리켜주시듯,
눈 있는 자 형상을 보라고 어둠 속에서 등불을 비춰주시듯,
세존께서는 여러 가지 방편으로 법을 설해주셨습니다.
저는 이제 세존께 귀의하옵고 법과 비구 승가에 귀의합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세존의 곁으로 출가하기를 원하고 구족계를 받기를 원합니다.”
16. “완차여, 전에 이교도였던 자가 이 법과 율에 출가하기를 원하고 구족계를 받기를 원하면 그는 넉 달의 수습 기간을 가져야 한다.
넉 달이 지나 비구들이 동의하면 출가를 허락하고 비구가 되는 구족계를 준다.
물론 여기에 개인마다 차이가 있음을 나는 인정한다.”
“세존이시여, 만일 전에 이교도였던 자가 이 법과 율에 출가하기를 원하고 구족계를 받기를 원할 때, 넉 달의 수습 기간을 가져야 하고, 넉 달이 지나 비구들이 동의하면 출가를 허락하고 비구가 되는구족계를 주신다면 저는 4년의 수습 기간을 가지겠습니다. 4년이 지나고 비구들이 동의하면 출가를 허락해주시고 비구가 되는 구족계를 주십시오.”
17. 왓차곳따 유행승은 세존의 곁으로 출가했고 구족계를 받았다. 구족계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즉 구족계를 받은 지 보름 만에 왓차곳따 존자는 세존을 뵈러 갔다.
가서는 세존께 절을 올리고 한 곁에 앉았다. 한 곁에 앉아서 왓차곳따 존자는 세존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지금까지 저는 유학의 지혜와 유학의 명지로써 증득해야 할 것41)은 다 증득했습니다. 세존께서는 제게 더 높은 법을 가르쳐주십시오.”
41) “유학의 명지로써 증득해야 할 것(sekhāya vijjāya pattabbaṃ)'이란 낮은 세 가지 과(예류과, 일래과, 불환과)를 말하는데, 그는 그것을 이미 증득한 것이다.” (MA.iii.201)
18. “왓차여, 그렇다면 그대는 두 가지 법들을 더 닦아야 하나니 그것은 사마타와 위빳사나이다.42)
왓차여, 사마타와 위빳사나의 이들 두 가지 법들을 더 닦으면
여러 가지 요소들을 꿰뚫어 보게 될 것이다.”
42) “사마타와 위빳사나(samatho ca vipassanā ca)'라고 하셨다. 그는 유학의 경지를 모두 증득한 뒤 무학의 경지를 증득하기 위한 수행을 위해 세존을 찾아왔다. 그러나 그는 순수한 아라한과(suddha-arahatta)를 얻을 조건만을 갖춘 것이 아니라 여섯 가지 신통[六神通, cha abhiññā]을 얻을 조건도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세존께서는 '이 자가 사마타 공부를 지어 다섯 가지 신통을 얻고, 위빳사나 공부를 지어 아라한과를 얻으면 여섯 가지 신통을 가진 큰 제자가 될 것이다.'라고 생각하시면서 위빳사나만을 말씀하시지 않고 사마타와 위빳사니(samatha-vipassanā)를 말씀하신 것이다.”(MA.iii.201)
19. “왓차여, 만일 그대가 '내가 여러 가지 신통변화[神足通, 신족통]를 나투었으면 좋겠다. 즉 내가 하나인 채 여럿이 되기도 하고 여럿이 되었다가 하나가 되기도 하기를,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고 벽이나 담이나 산을 아무런 장애 없이 통과하기를 마치 허공에서처럼 하기를, 땅에서도 떠올랐다 잠겼다 하기를 물속에서처럼 하기를,
물 위에서 빠지지 않고 걸어가기를 땅 위에서처럼 하기를,
가부좌한 채 허공을 날아가기를 날개 달린 새처럼 하기를,
저 막강하고 위력적인 태양과 달을 손으로 만져 쓰다듬기도 하며
심지어는 저 멀리 범천의 세상에까지도 몸의 자유자재를 발하기를[神足通].'하고 원한다면, 그대는 원인이 있을 때는 언제든지43) 이런 것을 실현하는 능력을 얻는다.”
43) '원인이 있을 때는 언제든지'는 sati satiāyatane를 옮긴 것이다. 첫 번째 sati는 동사 atthi(√as, to be)의 현재분사 sant의 처소격이다. 주석서는 satiāyatane의 sati를 원인(kāraṇa)으로 설명하고 있다.(MA.iii.202) 계속 해서 주석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는 어떤 것이 그 원인인가? 신통지(abhiññā)나 신통을 얻을 기초가 되는 禪(abhiññā-padaka-jjhāna)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면(avasāne) 아라한과를 얻을 위빳사나가 그 원인이라고 알아야 한다.”(MA.ii.202)
이러한 원인이 있을 때는 이것을 실현하는 능력을 얻는다는 뜻이다.
20. “왓차여, 만일 그대가 '내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선 청정하고 신성한 귀의 요소로
천상이나 인간의 소리 둘 다를 멀든 가깝든 간에 다 듣기를[天耳通, 천이통].'하고 원한다면, 그대는 원인이 있을 때는 언제든지 이런 것을 실현하는 능력을 얻는다.”
21. “왓차여, 만일 그대가
'내가 내 마음으로 다른 중생들과 다른 인간들의 마음을 대하여 꿰뚫어 알면 좋겠다.
즉 내가 탐욕이 있는 마음은 탐욕이 있는 마음이라고 꿰뚫어 알고
탐욕을 여읜 마음은 탐욕을 여읜 마음이라고 꿰뚫어 알며,
성냄이 있는 마음은 성냄이 있는 마음이라고 꿰뚫어 알고
성냄을 여읜 마음은 성냄을 여읜 마음이라고 꿰뚫어 알며,
어리석음이 있는 마음은 어리석음이 있는 마음이라고 꿰뚫어 알고
어리석음을 여읜 마음은 어리석음을 여읜 마음이라고 꿰뚫어 알며,
단일한 마음은 수축한 마음이라고 꿰뚫어 알고
산란한 마음은 흩어진 마음이라고 꿰뚫어 알며,
고귀한 마음은 고귀한 마음이라고 꿰뚫어 알고
고귀하지 않은 마음은 고귀하지 않은 마음이라고 꿰뚫어 알며,
위가 있는 마음은 위가 있는 마음이라고 꿰뚫어 알고
위가 없는 마음은 위가 없는 마음이라고 꿰뚫어 알며,
삼매에 든 마음은 삼매에 든 마음이라고 꿰뚫어 알고
삼매에 들지 않은 마음은 삼매에 들지 않은 마음이라고 꿰뚫어 알며,
해탈한 마음은 해탈한 마음이라고 꿰뚫어 알고
해탈하지 않은 마음은 해탈하지 않은 마음이라고 꿰뚫어 알기를[他心通, 타심통].'하고 원한다면, 그대는 원인이 있을 때는 언제든지 이런 것을 실현하는 능력을 얻는다.”
22. “왓차여, 만일 그대가 '내가 한량없는 전생의 갖가지 삶들을 기억하면 좋겠다.
즉 한 생, 두 생, 세 생, 네 생, 다섯 생, 열 생, 스무 생, 서른 생, 마흔 생, 쉰 생,
백 생, 천 생, 십만 생, 세계가 수축하는 여러 겁, 세계가 팽창하는 여러 겁,
세계가 수축하고 팽창하는 여러 겁을 기억하면 좋겠다.
나는 어느 곳에서 이런 이름을 가졌고, 이런 종족이었고, 이런 용모를 가졌고, 이런 음식을 먹었고, 이런 행복과 고통을 경험했고, 이런 수명의 한계를 가졌고,
그곳에서 죽어 다른 어떤 곳에 다시 태어나 그곳에서는
이런 이름을 가졌고, 이런 종족이었고, 이런 용모를 가졌고, 이런 음식을 먹었고,
이런 행복과 고통을 경험했고, 이런 수명의 한계를 가졌고,
그곳에서 죽어 다시 여기 태어났다.'라고 [기억하면 좋겠다.]
이와 같이 내가 한량없는 전생의 갖가지 모습들을
그 특색과 더불어 상세하게 기억해낼 수 있기를[宿命通, 숙명통].'하고 원한다면,
그대는 원인이 있을 때는 언제든지 이런 것을 실현하는 능력을 얻는다.”
23. “왓차여, 만일 그대가 '내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선 청정하고 신성한 눈[天眼]으로
중생들이 죽고 태어나고, 천박하고 고상하고, 잘 생기고 못생기고,
좋은 곳[善處]에 가고 나쁜 곳[惡處]에 가는 것을 보고,
중생들이 지은 바 그 업에 따라가는 것을 꿰뚫어 알면 좋겠다.
즉 이들은 몸으로 못된 짓을 골고루 하고 말로 못된 짓을 골고루 하고
또 마음으로 못된 짓을 골고루 하고,
성자들을 비방하고, 삿된 견해를 지니어 사견업(邪見業)을 지었다.
이들은 몸이 무너져 죽은 뒤 처참한 곳, 불행한 곳, 파멸처, 지옥에 태어났다.
그러나 이들은 몸으로 좋은 일을 골고루 하고 말로 좋은 일을 골고루 하고
마음으로 좋은 일을 골고루 하고
성자들을 비방하지 않고 바른 견해를 지니고 정견업(正見業)을 지었다.
이들은 몸이 무너진 다음 좋은 곳[善處], 천상세계에 태어났다.'라고,
이와 같이 내가 청정하고 인간을 넘어선 신성한 눈으로 중생들이 죽고 태어나고, 천박하고 고상하고, 잘생기고 못 생기고, 좋은 곳[善處]에 가고 나쁜 곳[惡處]에 가는 것을 보고, 중생들 이 지은 바 그 업에 따라가는 것을 꿰뚫어 알기를[天眼通, 천안통].'하고 원한다면, 그대는 원인이 있을 때는 언제든지 이런 것을 실현하는 능력을 얻는다.”
24. “왓차여, 만일 그대가
'내가 모든 번뇌가 다하여 아무 번뇌가 없는 마음의 해탈[心解脫]과 통찰지를 통한 해탈[慧解脫]을 바로 지금 · 여기에서 스스로 최상의 지혜로 알고 실현하고 구족하여 머물기를[漏盡通, 누진통].'하고 원한다면, 그대는 원인이 있을 때는 언제든지 이런 것을 실현하는 능력을 얻는다.”
25. 그때 왓차곳따 존자는 세존의 말씀을 기뻐하고 감사드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서
세존께 절을 올리고 오른쪽으로 돌아 [경의를 표한] 뒤 물러갔다.
26. 왓차곳따 존자는 혼자 은둔하여 방일하지 않고 열심히, 스스로 독려하며 지냈다.
오래지 않아 좋은 가문의 아들들이 바르게 집을 떠나 출가하는 목적인
그 위없는 청정범행의 완성을 지금 · 여기에서 최상의 지혜로 알고 실현하고 구족하여 지냈다.
'태어남은 다했다. 청정범행은 성취되었다. 할 일을 다 해 마쳤다.
다시는 어떤 존재로도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라고 꿰뚫어 알았다.
왓차곳따 존자는 아라한들 중의 한 분이 되었다.
27. 그때 많은 비구들이 세존을 친견하러 갔다.
왓차곳따 존자는 멀리서 그 비구들이 가는 것을 보았다. 보고서는 그 비구들에게 다가 갔다. 그리고 그 비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도반들이시여, 지금 존자들께서는 어디 가십니까?”
“도반이여, 우리는 세존을 친견하러 갑니다.”
"그러시다면 존자들께서 제 이름으로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리고
'세존이시여, 왓차곳따 비구가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절을 드립니다.'라고 문안을 드려 주십시오.
그리고 저는 세존을 존경합니다. 저는 선서를 존경합니다.'44)라고 전해주십시오.”
44) “'세존을 존경한다(pariciṇṇo me bhagavā)'고 했다. 일곱 부류의 유학들(satta sekhā, 예류도부터 아라한도까지)은 당연히 세존을 존경하고, 번뇌다한 아라한들도 세존을 존경한다. 그러나 '저는 세존을 존경합니다. 저는 선서를 존경합니다(pariciṇṇo me bhagavā pariciṇṇo me sugato).'라는 이런 간략한 표현(saṅkhepa)으로 자신이 아라한이 되었음을 설명하면서 장로는 이렇게 말한 것이다. 그러나 그 비구들은 그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해하지 못한 채 그의 말을 받아(sampaṭicchitvā) 세존께 알려 드린 것이다.”(MA.iii.202)
그러자 세존께서는 이미 당신의 마음으로 그의 마음을 대하여 그가 그런 경지를 얻었음을 알고 계셨고, 그 사실을 다음 문단에서 그 비구들에게 알려주신 것이다.
“도반이여,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그 비구들은 왓차곳따 존자에게 대답했다.
그러자 그 비구들은 세존을 뵈러 갔다. 가서는 세존께 절을 올리고 한 곁에 앉았다.
한 곁에 앉아서 그 비구들은 세존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왓차곳따 비구가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절을 드리면서
'저는 세존을 존경합니다. 저는 선서를 존경합니다.'라고 말씀 드립니다.”
28. “비구들이여, 이미 나는 마음으로 그의 마음을 대하여 왓차곳따 비구를 알았다.
왓차곳따 비구는 삼명을 통달한 자이며 큰 신통을 가졌고 큰 위력을 가졌다.
신들도 역시 나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었다.
세존이시여, 왓차곳따 비구는 삼명을 통달한 자이며 큰 신통을 가졌고 큰 위력을 가졌습니다.'라고.”
세존께서는 이와 같이 설하셨다. 그 비구들은 흡족한 마음으로 세존의 말씀을 크게 기뻐하였다.
왓차곳따 긴 경(M73)이 끝났다.